Dissonance Theory – Coroner (2025)

32년.

1993년 <Grin>과 2025년 <Dissonance Theory> 사이의 간격이다. 사람이 태어나 어른이 되고도 남는 시간이다. 그 정도면 새 앨범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런데 Coroner는 돌아왔다는 소식보다 음악으로 더 놀라게 한다.

내 감상은 간단하다. 거칠 것 없이 완벽한 앨범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밴드에게 붙여 주는 반가움의 점수까지 필요하지 않다. 리프와 연주, 곡의 구성과 소리가 모두 단단하다. ‘Symmetry’를 이야기하려다가 결국 앨범 전체를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다. 한 곡을 골라 들었는데, 그 곡만 꺼내 놓고 끝내기가 아깝다.

Dissonance Theory 앨범 커버
Dissonance Theory (2025) — Coroner 공식 Bandcamp. 앨범 아트워크

Coroner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테크니컬 스래시 메탈 밴드다. 스래시 특유의 속도와 공격성에 복잡한 구성, 비틀린 리듬과 멜로디를 끌어들여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왔다. <No More Color>, <Mental Vortex>, 그리고 <Grin>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런 밴드의 음악은 ‘잘한다’는 말로 소개하기가 오히려 어렵다. 잘하는 건 금방 알겠는데, 그것만으로는 왜 좋은지 설명이 안 된다. 복잡한 연주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결국 다시 듣게 만드는 건 곡이다. Coroner는 그 두 가지를 함께 들려준다.

현재의 세 사람은 이렇다.

Ron Broder / Ron Royce – 보컬, 베이스
Tommy Vetterli / Tommy T. Baron – 기타
Diego Rapacchietti – 드럼

밴드는 2010년 재결성했고, 2014년에는 원년 드러머 Marky Edelmann의 자리를 Diego Rapacchietti가 이어받았다. 그러니 32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무대에는 돌아와 있었지만, 다음 정규앨범까지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Coroner — Z7 Wild Dayz Festival 2022
Coroner, Z7 Wild Dayz Festival (2022). 사진: Yannick M. Schmitt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Symmetry’는 이 앨범을 소개하기에 좋은 곡이다. 4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 안에서 밴드의 정교함과 추진력을 함께 보여준다.

내가 이 곡에서 좋아하는 건 거침없다는 느낌이다. 리프가 앞으로 밀고 나가면 리듬이 단단히 받쳐 주고, 거친 목소리가 그 위에 올라탄다. 연주를 하나씩 좇아도 재미있고, 그냥 몸을 맡겨도 좋다. 머리를 쓰게 만드는 음악인데도 머리를 흔드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기타가 좋다. 날카롭고 정교하면서도 곡의 힘을 놓치지 않는다. 리프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솔로에서 펼쳐지는 선율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술이 곡 안에 충분히 녹아 있어서,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도 음악은 계속 앞으로 간다.

Ron Broder의 목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칠고 낮게 긁는 보컬이 음악의 중심을 붙잡는다. 악기들이 아무리 정밀하게 움직여도 너무 말끔한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이 목소리의 몫이 크다.

앨범 전체로 넓혀 보면 더 만족스럽다. 내가 느끼는 완벽함은 모든 곡이 같은 방식으로 세게 몰아붙인다는 뜻은 아니다. 곡마다 움직이는 방식이 있고, 그 변화까지 앨범의 흐름 안에 잘 들어맞는다. 귀를 붙잡는 순간들이 이어지는데도 억지로 무언가를 더 집어넣었다는 느낌이 없다.

소리가 또렷하고 단단한 것도 마음에 든다. 공격적인 음악일수록 악기들이 뭉개지면 아쉬운데, 여기서는 그 정교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녹음은 Tommy Vetterli가 스위스의 New Sound Studios에서 맡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은 스웨덴 Fascination Street Studios의 Jens Bogren이 담당했다.

Coroner — Rock Hard Festival 2018
Coroner, Rock Hard Festival (2018). 사진: © Markus Felix | PushingPixels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Tommy Vetterli는 이 앨범에 관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자신은 스무 살 무렵과 다른 사람이므로 <R.I.P.>를 다시 쓸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 말을 알고 나면 이번 앨범이 더 반갑다. 과거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Coroner를 들려준 셈이다.

오랜 공백을 건너온 음악에는 흔히 세월의 흔적을 찾게 된다. 예전만큼 날카로운지, 무뎌진 부분은 없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따지게 된다. 그런데 이 앨범을 앞에 두고는 그런 생각을 오래 붙잡고 싶지 않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이렇게 좋은데, 굳이 옛날의 기준표부터 꺼낼 필요가 있을까.

32년이라는 시간은 앨범을 소개할 때는 중요하다. 하지만 음악이 시작되고 나면 그 숫자는 뒤로 물러난다. 그 자리에 리프와 목소리, 세 사람의 연주가 남는다.

Coroner — Rock Hard Festival 2018
Coroner, Rock Hard Festival (2018). 사진: © Markus Felix | PushingPixels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Symmetry’ 한 곡으로 시작해도 좋다. 마음에 들었다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보길 권한다.

내게 <Dissonance Theory>는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돌아온 Coroner가 내놓은, 흠잡을 데 없이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이렇게 돌아올 수도 있구나. 듣고 나면 그 생각이 남는다.

Track listing

  1. Oxymoron
  2. Consequence
  3. Sacrificial Lamb
  4. Crisium Bound
  5. Symmetry
  6. The Law
  7. Transparent Eye
  8. Trinity
  9. Renewal
  10. Prolonging

YouTube Music — Symmetry · Apple Music — Dissonance Theory · 공식 Bandcamp — 앨범 듣기

참고: Coroner 공식 밴드 소개 · Bandcamp Daily — Tommy Vetterli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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