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 恩田陸(온다 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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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한국어판 표지
커피 괴담 · 열림원 (표지 출처: 영풍문고)

저자: 온다 리쿠
번역: 김석희
출판: 열림원
출간: 2025년 12월

커피와 괴담. 둘 다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제목이다. 여기에 여러 찬사와 추천 문구까지 붙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다. 일상적인 장소를 낯설게 보이도록 만들거나, 다 읽은 뒤에도 문득 떠올라 기분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런 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구입했다.

온다 리쿠의 <커피 괴담>은 오래된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연작소설이다.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인 쓰카자키 다몬과 친구들이 만나 각자 알고 있는 기이한 일을 꺼내놓는다.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구성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말을 보태면서 대화가 이어지는 방식에 가깝다.

珈琲怪談 일본어판 표지
일본어 원서 <珈琲怪談> 표지.
출처: 겐토샤

읽는 동안에는 그 모임의 한쪽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귀를 기울이고, 이상한 대목에서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실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여 괴담을 나누다 보면 비슷한 흐름이 생긴다. 한 사람이 겪었다는 일을 들으면 다른 사람도 자신이 들었던 일을 떠올리고, 어느새 처음의 화제에서 제법 멀리까지 와 있다. 이 책에서는 사건 자체뿐 아니라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도 읽을거리가 된다.

‘커피’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어 있는 것도 잘 어울린다. 무서운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어도 그것을 듣는 자리는 일상 안에 있다. 눈앞에는 커피가 있고,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야기가 잠깐 끊어지면 다시 평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독자를 긴장 속으로 계속 밀어 넣기보다는 잠시 서늘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거리감이다.

요코하마에서 촬영한 커피
요코하마에서 촬영한 커피 사진. 작품 속 특정 카페의 사진은 아니다.
사진: Toshihiro Oimatsu, Wikimedia Commons, CC BY 2.0.

다루는 괴담도 생활에서 한 번쯤 상상해 봄직한 종류로 느껴졌다.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세계의 질서를 설명하거나 특별한 존재의 정체를 드러내기보다, 익숙한 일상에도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쪽이다. 평소라면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길 일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이야기로 들으면 다르게 느껴진다.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지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에는 명확한 결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겪은 사람도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고, 나중에 확인하려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말로 끝난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괴담도 대개는 그렇다. 원인과 결과가 빈틈없이 이어지거나 마지막에 모든 것이 설명된다면, 오히려 누군가 잘 만들어 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듣는 사람이 채워 넣는 데서 생기는 재미가 있다.

다만 내게는 그 여백이 충분히 오래 남지는 않았다.

나는 결론이 불분명한 이야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 읽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는 쪽을 좋아할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답이 없다는 사실보다, 답을 알 수 없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이야기는 짧은 장면 하나만 남겨도 한동안 마음에 걸리는데, <커피 괴담>에서는 대체로 잠깐 흥미롭게 듣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정도에 머물렀다.

소름 끼칠 만큼 거대한 두려움을 주는 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더 잔혹한 장면이나 강한 반전이 필요했다는 뜻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도 충분히 무서울 수 있고, 읽을 때보다 나중에 혼자 떠올렸을 때 더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런 종류의 잔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이야기와 나 사이의 거리가 끝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유지되었다.

그 편안함은 가볍게 읽기에는 장점이다.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거나 흩어진 단서를 기억해 가며 읽을 필요 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된다.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무겁고 지치는 독서를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이 잘 맞을 것 같다. 괴담 모임에서도 모든 이야기가 듣는 사람을 압도할 필요는 없을 테니,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의 독서라면 충분하다.

다만 구매 전에 접했던 극찬에 같은 크기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담담한 이야기에서 깊은 여운을 느낀 독자도 있겠지만, 내 감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읽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과 오래 기억하고 싶은 책이라는 것은 별개의 평가인데, 이 책에서는 전자가 더 분명했다. 소개 문구를 통해 기대했던 감흥에 비하면 다소 싱거웠던 셈이다.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강렬한 공포나 치밀한 결말을 기대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며 일상 속 이상한 이야기를 몇 편 듣는 기분으로 읽어보라고 할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더 오래 따라올 불길함을 기대하고 앉았고, 실제로는 편하게 이야기를 듣고 일어났다.